칼바위능선 전까지만 가려했는데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 계획에 없던 백운대 등반.
요즘 여러가지로 마음이 심난하여 등산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려했으나, 등산의 묘미는 아무생각 안나게 하는 무아지경이었던 것을... 정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계획에도 없던 등반 얼떨결에 시작.
뒷발을 들어 앞발 앞에 놓으면 되는 단순한 것이 등산이지만 결코 원치 않았던 중력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리 근육이 울퉁불퉁 해지며, 주변의 산소를 다빨아들여도 시원찮을 숨쉬기, 쉰내 풀풀나는 땀까지.. 원치않았던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하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 등산의 묘미겠지.
등산로에 보면, 돌과 침목, 쇠줄 등으로 정비해 놓은 것을 볼 수있는데, 재미난건 만들어논 계단 옆으로 길이 난다는 점. 누군가 생고생을 하며 만들었겠지만 계단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느끼고 싶은 등산꾼들의 희망이 엿보인다.
백운대 오르는 길은 거대한 암석에 계단과 쇠줄을 장치하여 등정을 유혹한다. 가만히 서있는 것 조차 아찔한 곳에 누군가 왜 만들었을까? 굳이 (오를 필요도 없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등정을 편하게 해주려는 과도한 배려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렇다 오르기 싫어서 그렇다. 다리가 터질것 같이 힘든데, 어여 돌아가야 하는데, 왜 자꾸 유혹하느냐 말이다! 이런 과도한 배려는 저 아찔한 곳을 그 아래 당도한 & 기진맥진한 누구나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하는 단점이 있다. 웃긴건 실제 그걸 이용해 기진맥진한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도 결국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점인지 부작용인지 판단하긴 어렵다. 그저 오묘할 뿐.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백운대까지 등정하니 세시간 걸렸다. 난 전문 산악인이 아닌데 말이다. 결국 올라갈때 무리했다는 뜻이고, 이는 곧 내려올때 체력이 고갈 되었다는 의미이다. 예상치 않은 등정에 챙기지 않은 아쉬운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장갑, 지팡이, 그리고 물 이었다. 그렇다 물이 모자랐단 말이다. 올라갈때 입을 축이는 정도만 마셨으나 백운대를 오르며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남들이 정상의 기쁨을 만끽할때 난 사진 두컷 찍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유는? 그렇다. 물을 사기 위해서다. 하산길에 스친 어떤 아저씨가 사과를 먹고 있었다. 껍질째 먹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껍질이라도 주워 먹었을것같다. 그 아저씨이후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스포츠 음료로 목표를 바꾸었다. 골절 수술 후 아직 근력이 덜 붙은 왼쪽 다리와 이미 올라갈때 힘빠진 오른쪽 다리를 휘청 거리며 아카데미하우스 쪽으로 하산하자마자 바로 편의점으로 갔다. 역시나 등산은 오묘한 것이 나의 영혼의 맥주 호가든이 없다. 아쉬운대로 맥스로... 무념무상에서 빠져 나오니, 고민은 그대로... 역시 등산은 오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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